Tuesday, July 6, 2010

치어 리더

처음 치어리더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웃음만 띄웠다.
치어리더란 그저 좀 예쁘고 몸매 괜찮은, 아니면 선생님께서 봐 주는 아이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하고 싶으면 누구라도 금방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 했었다. 초등 학교 운동회 때면 꼭 앞으로 불려 나가, 우리 편 이겨 라, 힘 내라, 힘! 을 외칠 때마다 꽃 수술을 손에 들고 흔들며 응원가 리듬에 따라 무용을 했던, 나의 그 수준으로 치어리더를 생각하고, 그래도 우리 애는 전후자 모두 해당 사항일 테니까 하는 엄마의 무지의 자만으로, 아이는 그 웃음을 긍정에 가깝게 받아 들였다.
학기가 끝날 무렵, 신청서를 내고 혼자 집에서 뭔가를 열심히 연습한다.
혼자 작품을 만들어 연습하는 거란다. 일차 오디션 시범용으로.
서류 심사 되고, 일차 관문에 통과되고, 배워 온 기본 동작으로 이차 심사가 남아 있는데, 연습 도중 넘어져 팔과 발목을 다치게 되었다.
울고 불고 난리 법석이 일어났다. 「야, 네가 안되면 누가 되냐? 걱정 마, 걱정 마」 하며 안심을 시키지만 이것도 여기의 실정을 전혀 모르는 엄마의 어기 장에 불과 한 것을 아이는 알고 있었지만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연습 일마다 비록 연습은 하지 못 하더라도 빠지지 않고 참석을 했다.
기다리던 날, 아이는 팔 보호대를 어깨에 메고 다리를 절면서 마지막 오디션에 참가 하였다.
평소 실력만큼, 연습한 만큼 실력 발휘 못 했다고, 기회를 다시 한번 달라고, 코치에게 부탁 해도 형평성으로 인한 규칙으로 아이는 시무룩하게 집으로 돌아 왔다.
그 날 저녁, 우리는 기도원에 올라 갔는데, 아이의 기분은 영 풀어질 줄을 몰랐다.
저녁 늦게 몇 번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 오는데 산 속이라 잘 터지지 않다가 밤 11시경 확인된 내용, 「You got it」
저녁 8시 학교 게시판에 붙은 합격자 명단을 확인 한 친구가 날린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시작된 찬양, 「약할 때 강함 되시네, 나의 보배가 되신 주, 주 나의 모든 것, 주 안에 있는 보물을 나는 포기 할 수 없네, 나는 포기 할 수 없네」반복 또 반복.
그래서 아이는 학교 최초의 아시안, 최초의 한국인으로 기대하던 치어리더가 되어 여름방학 동안 시작된 합숙 훈련, 매일 하는 고난도 연습을 무리 없이 소화 하며 당당하게 자리를 굳혀 갔다.
그 옛날, 시골 초등 학교 운동장에서 청 기나 백 기를 흔들거나 꽃 수술을 흔들던 수준과는 내용면과 질 모두 비교조차 되지 않는 고차원의 것 임을 새삼 느끼며, 백인 전유물로 화합과 질서를 생명만큼 귀하게 여기는 치어 팀에 딸이 있음이 자랑스러워졌다.
각종 게임 때마다 앞에서 펼치는 절도 있는 다양한 동작들, 환호하는 관람객, 특히
지쳐 있는 팀에게 격려를 보내는 애교 있는 동작과 구호, 이에 힘을 얻어 뛰는 팀 선수들.

어머니 날, 아버지 날에 아이는 그 동안 찍어 두었던 사진들을 가지고, 오려 붙이기 한 작품을 우리 부부에게 선물 했다.
해 마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작품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올 해도 우리를 실망 시키지 않고 재치 만점, 웃음 만발의 선물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엄마는 나의 치어리더예요」라는 말,
아니, 엄마가 겨우 치어리더? 이건 어머니의 위상 비하이며 추락이다 란 생각이 들었다.
겨우 치어리더!
격한 감정을 억제하며 태연한 척 영한 사전, 영영 사전을 찾아 본다.
그럴싸한 좋은 뜻만을 가려본다. 격려하다. 지탱하다. 기분을 좋게 하다. 기운 나게 하다. 지지자. 안내자. 지주(支柱).
여기서 또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며, 그럼 그렇지!
조금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아무런 관문 통관 없이 얻은 칭호, 치어리더.
내가 정말 아이의 격려자, 지지자, 안내자, 기분과 기운을 나게 하고 좋게 하는 사람인가?
또 다시 고민에 싸이며, 치어리더가 되고자 다친 팔에 보호대를 메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악착스럽고 끈기 있게 준비했던 오디션을 치르고 명명(命名)된 딸의 칭호에 박수를 보내고, 그 좋은 이름을 엄마에게도 붙혀 준 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딸아, 엄마는 너의 영원한 치어리더야, 알지?」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님을 사랑 합니다. (시편 18;1)」

1 comment:

  1. 저도 여기에 치어리더 한 사람에 대해 적었드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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