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ugust 31, 2010

노란 운동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아들에게 운동화 한 켤레를 선물로 받았다.
쿠션 없이 밋밋하게 평평한 고무 바닥, 갈색 가죽 안창, 데님 같은 천으로 만들어져 발등을 감싸는 스타일의 가볍고 편한 운동화인데, 색깔이 노란 색이라 선뜻 신기가 쉽지 않아 겨울이 지나고, 봄을 보낸 후, 여름 맞이로 흰 바지를 입을 때 잠깐 신어 보았다.
7부 흰 바지에 신은 이 노란 운동화를 제일 먼저 알아 준 학생은 운동화 마니아 민우이었다.
수업 시간 내내 계속 책상 밑을 주시하더니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신발을 벗어 보라고 안달, 너무 깜찍하다며 어디서 샀느냐고 묻는다. 「아들의 선물」이라는 답으로 하루를 마쳤고, 그 다음 주, 민우는 내 신발과 똑 같은 모양의 신발을 신고 수업에 들어 왔다.
2006년 여름, 아르헨티나를 여행 중이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이라는 미국의 젊은이가 맨발로 걸어 다니는 현지 아이들의 가난한 생활을 목격한 후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그 지역의 민속화인 알파르가타를 본 후, 영감을 얻어 제작해 한 켤레가 팔릴 적마다 제3세계의 신발 없는 아이들에게 기부하겠다는 창업 약속을 한 신발이라, 좋은 일 한 번 해보고 싶어 온라인 주문으로 샀다고 한다.
그러면서 신발이름의 의미는 내일을 위한 신발(Shoe for Tomorrow)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2010년 여름, 아들이 사주고, 민우가 알려 준 의미 있는 노란 운동화를 신고, 나는 내일을 위한 한글 교사로서 열심히 뛰어 다녔다.
6월, 9주간의 사이버 연수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한 한국어학, 일반 언어학 및 응용 언어학,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론 영역, 한국 문화, 한국어 교육 실습, 그리고 영 유아 교수 방법론, 학습 심리학, 아동 상담, 아동 생활지도와 놀이 지도까지 새로운 학문을 접했다.
7월에는 시애틀에서 재미 한국 학교 협의회의 교사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집중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어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다시 공부하며 정리하였고, 8월에는 한국으로 가서, 재외 한글 학교 교사 초청 워크숍을 통해 한국어 교육의 큰 그림을 보았다.
또 세계의 한국어 교사들에게 북 가주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편찬 출판한 역사 문화 책을 소개하며 강의 시연을 하고 각국의 교사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현지 실정에 맞는 교육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9월, 이제는 내가 몸 담고 있는 학교의 개학을 준비한다.
여름 동안 배우고 익힌 학문을 교실에서 직접 풀어 놓으며, 배우고 경험한대로 우리 학생들에게 좀더 유익한 내용의 수업을 재미있게 하여, 글자만 가르치기보다는 살아 있는 역사와 문화, 전통 예절을 알려 주며 체험하게 하면서, 글자 속에 담긴 민족의 정신, 혼까지도 가르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명명된, 내일을 위한 신발(Shoe for Tomorrow)을 창안한 것처럼, 이제 25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내일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좀 더 현실적이고, 현지화 시킨 재미있고 꼭 알아야만 하는 우리의 것으로 각인시켜 배우게 하고, 더 나아가 타 민족에게까지 보급하여 세계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