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30, 2010

「한국을 찾아라」홍보를 위한 행진

올 해 나는 한국 학교 교사 25년 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어(국문학)를 전공한 것도 아닌데, 한국어(한글)교사를 하며 느끼는 점은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 교재를 구입하여 공부하고, 협회 연수는 거의 다 참석하며 듣고 배워 내 수업 자료로 만들어 사용했지만, 한계가 느껴지고 있을 때 온 라인 강좌라는 프로그램이 생기기 시작하여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은 했지만 쉽게 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올 여름 재외동포 재단과 함께 디지털 서울 문예대에서 내가 그렇게 부족하다고 느껴 공부해 보고 싶었던 분야를 위한 프로그램(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이 개설되어 두말 없이 영사관을 통해 등록하고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재미 한국 학교 협의회에서도 교사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집중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국어학(한글)에 대한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가슴 벅차게 다가오는 기쁨이었는데, 올 해는 그 기쁨을 배로 누릴 수 있어 뿌듯함에, 교수법을 학습자에 맞게 정리를 해보고자 계획을 했는데, 「재외 한글 학교 교사 초청 워크숍」에 북 가주 협의회에서 발간한 「역사 문화 책, 한국을 찾아라 I」소개 및 시범 강사, 홍보 위원으로 추천 되어 서울을 방문하게 되었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서, 구주 지역 13개국, 북미 지역 2개국, 아주 지역 12개국, 아중동 지역 12개국, 중남미 지역 7개국, CIS지역 8개국에서 총 175명이 참석하여 재외 한글 학교 교사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일주일간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되었는데, 나는 각 나라의 대표자 및 교장 선생님들께 협의회 발간 역사 문화 책 홍보를 위한 강의를 하였다.
주어진 시간 20분, 책의 발간 동기부터 사용법까지의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쉽고 빠르고 재미 있게 전하기 위해, 「왕소군과 모연수」중국고전 이야기를 동원하며 강의를 하였는데, 의외의 반응이 빨리 왔다. 대표자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신 교장선생님들께서 시간이 되면 시범 강의를 부탁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퇴소하는 날까지 저녁 식사 후, 방을 돌며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 및 시범 수업을 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모였지만, 그 동안 한글 수업을 하면서 늘 아쉬운 부분은 같았다.
한글 학교 교사로서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갖는 역사 수업의 두려움,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교재가 막연히 없다는 점 등은 어느 나라던지 동일한 고민 덩어리였다.
교과 과정에 맞춰 유치반 과정부터 고급반 과정까지 시범 수업과정을 경청하던 교사들은 갈증 해소란 표현을 하며 이구동성으로 감탄하며 관심을 갖고 교재 구입을 즉석에서 신청 했다.
특히 CIS 지역에서 온 고려인 3세인 젊은 교사들은 매일 저녁 강의하는 방마다 찾아와 서툰 한국어로 질문을 하며 큰 관심을 보였고, 내 아들과 동갑인 23세의 김 블라디미르는 교재의 단원 명의 뜻까지 필기를 하는 열의를 보이며「세상의 주인」이 자기 이름의 뜻이라고 설명해 주기도 했다.
한글 보급을 목적으로 파견된 분들은 아니지만, 아 중동 지역에 요즘 불고 있는 한류의 열풍으로 현지인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드라마 등을 통한 접근이 좋은 방법인데, 노트북에 다운로드해 들고 다니지 못 함에 불편했는데, 교재의 교사용 CD를 보며 흡족해 하였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청와대 방문이 결정 되었다.
보통 그런 곳에 가면 지정 테이블에 앉아, 지정된 사람만 한두 마디 하게끔 철저한 사전 연습을 시키는데, 분명 가나가 순으로 테이블이 정해지면 제일 마지막 구석진 자리일 텐데,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역사 문화 책 」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을까 고민하였다.
생각대로 구석진 자리, 정해진 발표자 외에 두 명의 발언자에서도 선택되지 않아, 온통 기회를 잡을 생각 밖에 없었는데, 대륙 별로 사진 촬영이 있다 하기에 무조건 앞쪽 줄에 섰지만, 앞줄은 지정석이라 뒷줄로 또 밀렸다. 사진 촬영 후, 내려 올 때 기회를 잡아 다른 대륙의 교사들이 줄을 서는 동안 김윤옥 영부인께 책에 대해 설명한 후, 한 권 드리고 싶다고 하자 제지를 하여, 기회를 엿보았다.
모든 사진 촬영이 끝난 후, 재외 동포재단 권영건 이사장님을 앞세워 다시 잠깐 만나 보충 설명을 드리니, 주변의 제지를 뿌리치는 장면을 보셨는지「그 용기로 계속 힘써 주세요」하시며 비서실로 책을 보내 달라고 하셨다. 일단의 성공, 퇴소하는 날, 총알 택시를 타고 나는 홍보대사로서 책임을 완수 했다.
저녁 시간을 활용하여 책을 소개할 때는, 그 동안 학교에서 내가 수업 했던 자료들을 보여 주며 이렇게 수업을 했었는데, 「역사 문화 책 I」의 발간으로 인해 보다 더 좋은 자료들로 수업할 수 있다고 덧붙여 설명하기도 했다.
열심히 책을 소개하고 있던 어느 날 저녁, 「한글 날 특집 다큐 팀」이라는 PD가 한참을 지켜 보더니 2,30분 정도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책을 출판 하게 된 동기, 교재 사용법, 교재 호응도 등 다양한 질문에, 나는 정성을 다해 대답하며 촬영에 임했다. (YTN 한글 날 특집, 「한글, 세계를 품다」로 방영 됨.)

워크숍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공부 방 몇 곳을 방문 했다.
아직 한국 말이 서툰 어머니와 자녀들이 하루 세 시간씩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기회를 얻어 오전 오후 두 곳에서 세 시간씩 수업을 했다.
역사 문화 책의 빈 지도에 살고 있는 곳, 가 보고 싶은 곳을 표시하며 지역 특산물까지 찾아 보고, 김치 담그는 법, 처음 담그며 겪은 일등 이국 생활을 이야기하다 보니 서로 위로자가 되어 가고 있어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모교를 방문하여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을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우리 교재의 선덕여왕 부분에서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벌써 역사 학자가 되어 있었고 가지고 간 책이 한 권도 없어 기부를 하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다.
귀국하여, 워싱턴 DC의 초청에 협회에서 또 추천을 해 주셨다.
전체 강의 역사 문화 한 시간 40분, 분 반 강의 SAT II 한국어 두 시간이 주어졌다.
워싱턴 DC는 고학력의 분들이 계신다는 정보를 갖고 더 많은 준비를 하고 갔다.
이미 서울에서 강의를 한번씩 들은 교사들이 있어 그 분들의 소개로 이미 교재에 대해 듣고 있는 분들이 많았고, 내노라는 역사 학자들도 계셨고, 미 현지 정규학교의 교사도 계셔서 시간을 잘 활용하면 효과가 배가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강의 중 돌발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 질문을 무시해도 괜찮을 만큼 나는 사전 준비를 해 가서 두렵지 않았다.
워싱턴 DC 지역은 워싱턴, 메릴랜드, 버지니아 지역이 연합된 곳으로, 미 정치 일 번지 지역임에도 우리의 역사 문화 교재는 꼭 필요하고 유용한 교재임이 다시 한번 인증되었다.
이곳을 다녀오며, 정저지와 (井底之蛙), 학생들에게 늘 가르쳤던 사자성어가 생각나는 출강이었다.
시애틀은 올해 두 번을 다녀 왔다.
집중 연수를 받기 위해 한 여름에 다녀 왔고, 집중 연수를 하기 위해 결실의 계절 가을에 갔다.
역사 문화 교재로 하는 한글 수업, 전체적인 수업 과정 등, 네 시간을 쉬지 않고 연속으로 강의를 하며 그 동안 한국 학교에서 배우며 쌓은 경험을 나누는데, 선교지로 다음 주에 떠나는 분께서 강의를 들으시다 질문을 하셨다.
혹시 그 교재 선교지에 바칠 의사가 없느냐 고. 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물론 있습니다.

그 동안 쉬지 않고 학생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가르치던 것이 이 가을 이렇게 결실로 맺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하며, 어디든지 언제던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이제는 즐겁게 풀어 놓아, 교재를 사용한 모든 분들이 이 교재가 한국을 알리는 문화 외교서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게 될 그날까지 함께 하고 싶다.

Tuesday, November 23, 2010

가을 편지

1980년 5월 18일 이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던 친구를 올 여름 한국 방문 때, 만나게 되었다.
시를 무척 좋아하던 친구는 3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나왔다.
왁자지껄한 가운데 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한 작은 수첩을 꺼내, 시 한편을 읽어 준다.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 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 말없이 눈빛만 마주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날 맑은 하늘빛처럼 /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 향기가 녹아 들어 /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 초라하지 않으면서 / 기품이 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에 억새처럼 출렁이는 /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시를 잘 쓰던 친구라 당연히 친구의 작품인 줄 알고, 안경의 초점을 맞춰 가며 깨알처럼 적힌 시를 천천히 음미하며 낭독하는 중에, 요즘 유행하는 최신식 전화겸용 컴퓨터까지 되는 작은 패드를 손가락으로 밀 듯 무언가에 집중하던 친구가 하는 말, “아! 이 분” 그럴 줄 알았다는 투다.
이외수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란 시였다. 까르르 터지는 웃음은 대학 신입생이라 해도 손색이 없고, 50을 넘긴 중년이란 표현이 무색했다.

늦가을의 파란 하늘을 쳐다 보니 여름에 읽었던 그 시가 생각나며, 함께 한국 학교 교사를 하셨던 박혜서 선생님이 떠올라 그 시를 메일로 보내 드렸더니, 뜨끈 뜨끈하게 도착한 선생님의 마음, 「miss you~ 」라 써 있는 파란 카드와 함께 한편의 시를 선생님도 보내 주셨다.

수확의 가을이 끝나면 / 나무들은 잎을 떨구어
자신들의 시린 발목을 덮는다.
바람이 불면 세월의 편린처럼 / 흩날리는 갈색 엽신들.

모든 사연들은 / 망각의 땅에 묻히고
모든 기억들은 / 허무의 공간 속에 흩어져 버린다.

나무들은 인고의 겨울 속에 / 나신으로 버려진다.

낙엽은 퇴락한 꿈의 조각들로 썩어가지만 / 봄이 되면 다시금 푸른 숲이 된다.

숲의 영혼을 덮어주는 이불이 된다. (낙엽 / 이외수)

친구가 읽어 준 시와 선생님이 보내 주신 시를 연결하여 몇 번을 읽으며, 가을로 빠져 드는데,
논어 학이편(論語 學而篇)의 명언 중 명언이 기억난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공자 가라사대,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렇다.
벗이 있어 생각을 함께 나눔이 이렇게 큰 기쁨이 되어짐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가슴 깊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