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7, 2010

희망의 선생님

무패(無敗) 행진으로 2008 북경 올림픽 한국 야구 대표 팀이 온 국민에게 흥분과 기쁨, 감동을 주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이번 여름 흥분과 기쁨, 감동을 준 분들이 있다.
6월, 방학으로 한국 학교의 수업은 없었지만, 방학을 이용하여 한글 공부 특히 SAT II 한국어를 공부하던 학생들과의 만남도 접은 채, 소수 민족이란 악조건 속에서 미 주류 사회에 진출해 뿌리를 내린 1세, 그리고 이제는 주역으로 선 2세들, 낯선 이름으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인 입양 인들과의 만남은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흥분과 감동은 올 여름내 기쁨과 도전을 주었다.
더듬거리는 영어와 한국어로 이어간 대화 속에 공통 부분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을지라도 모국어가 한국어란 사실이다.
1세의 이분들은 한국어를 잊지 않기 위해 이민50년이 넘도록 부단히 노력했고, 2세들은 사회에 진출해 보니 모국어를 말하지 못함이 오히려 창피하게 느껴지고 학교 때 한국어 배움의 기회를 소홀히 했던 일을 후회하며 이야기 했고, 또 다른 분은 학교 때 지긋 지긋 했던 토요 한국 학교로 인해 그나마 지금 이렇게 한국 말을 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한국인이지만 아주 어릴 적 낯선 환경으로 입양 된 분들은 커 가면서 외모와 자신의 이름으로 정체성이 흔들렸고, 그럴 때마다 모국어,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충동이 강하게 생겼단다.
특히 만난 분 중에, 입양 인의 대표자격인 신호범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늦은 나이 입양된 선생님은 배움에 남다른 열정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단기간 (지금 우리들이 말하는 시간적 표현, 그렇지만 그 분의 표현은 내 일생)에 꿈 꾸었던 대학 교수직 까지 올랐지만, 어느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람인 당신이 한국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함이 처음으로 부끄러웠단다. 그리고 얼마 후 좋으신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체계적인 한국어 공부도 난생 처음 하시게 되었단다.
지금은 누구든지 마음만 정하면 어디서든지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음을 부러워하셨고, 기회를 잡으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희망의 선생님이 되라고 하셨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아직 이 분들의 경험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SAT II 한국어 시험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 공부를 포기 했었는데, 꼭 SAT II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인이므로 모국어인 한국어를 배워 이 분들이 경험한 창피함, 후회함을 벗어나 자신감 넘치는 자랑스런 2세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는 북 가주의 모든 한국 학교들이 개강한다.
지금이 바로 기회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지긋 지긋해도, 힘 들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라도, 조금만 참고 공부하면,
창피하고 부끄럽고, 후회하지 않게 될 것이고, 사회에 나와서는 발전한 모국의 언어를 사용하기에 분명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희망의 선생님들이 기다리는 한국 학교에서 이번 학기에도 건강한 우리 학생들을 만나기를 소망하며.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