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7, 2010

기분 좋은 말

12월은 아직 학기 중인데도 마치 학기가 끝나는 기분이 들고, 반 학생들과 만나 수업을 한 지 4개월여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일년이 지난 기분이 드는 달이다.
학생들 성격을 파악하고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곧 맞는 두 주의 겨울 방학이 아쉽기도 한 달이고, 11월 SAT II 한국어 시험을 끝내고 점수를 받게 되면 학교를 자퇴해 (거의 기대하던 점수를 받으니까) 학생들이 오지 않아 서운한 달이기도 하고, 남은 학생들은 「내년 3월, 아직 멀었잖아요」하며 농땡이를 부리는 달이기도 하다.
보조를 잘못 맞추면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달이 되고, 그러면 다음 학기 등록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는 중요한 달이라 긴장이 되기 일쑤이다.

그렇지만 대 부분은 교사를 기분 좋게 하는 달이다.
「선생님은 좋겠다. 방학에 숙제 없어서」라는 시를 쓴 학생도 있고, 「나 너 보고 싶을 거야」라고 말한 김제동 눈이 전혀 부럽지 않은 아이, 「이거 내가 젤 좋아하는 거야, 진저 브레드」매일이 냄새 맡으라고 핸드크림을 선물한 아이도 있다. 꼭 「미세스 황」이라고 부르던 앤드류, 카드에는 「선셍늠, 꼬맘씀니다. J」하며 웃음을 주고, 「To 싼타, 제발 숙제 없게 도와 주세요」하는 기도문을 작성한 학생도 있고, 내 핸드폰에 자기 핸드폰 번호 입력해 주며 찰칵 사진까지 찍어 올린 못 말리는 애교 덩어리, 「항국 학교 안시러 하게 Homework 보내지마」라는 용기 있는 항변을 하는 아이,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무섭다는 아이, 「하이 킥」좀 하지 마라는 아이, 파리채 게임은 제발 그만 하자고 웃다 못해 우는 아이, 꼬치 꼬치 말 대답에, 말 따라 하고, 억양 흉내고, 심술을 부리지 않으면 어딘가 이상하고 눈물을 쑥 빠지게 하던 아이도 둘이 있으면 그 누구보다 더 「쿨」 한 아이, 그러면서 선생님이 좋단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학생들과는 얼굴을 보며 눈을 맞추고, 손 바닥을 마주치고 몸을 부딪치며 하이 킥에 닭 싸움까지 하면서 속마음을 알았기에 학생들과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해도 다 이해가 되는데, 처음 보시는 부모님은 눈이 휘둥그렇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며 아이와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표정은 영 밝지 않다. 그러시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선생님이 좋단다. 그래서 기분이 매우 좋다.
보내 주시는 카드마다 공통으로 써 주시는 말씀, 「개구쟁이, 말썽쟁이 우리 아이 예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공부 잘 가르쳐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지만, 기분은 굉장히 좋다. 학생들과 부모님과 교사인 나와 통한 것이니까.

「천만 번 또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옛날 노래 말처럼, 우리 학생들이 해 주는 모든 말- 아직까지는「I hate you」이 없어 다행이지만- 어느 말이라도 기분이 좋다. 이는 학생들이 나에게 먼저 웃음을 주고 행복을 주었기에 나 또한 학생들에게 당연히 사랑을 준 것이다.
새해에는 기분 좋은 말 사랑해, 좋아 해를 먼저 말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잘 가르쳐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도 이제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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