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27, 2010

고맙다, 잘 가!

벌써 일년을 정리해야 하는 날이다.
SAT II 반의 경우는 학기가 시작하는 9월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등록자가 많았다가 11월 본고사를 치른 후, 만족한 점수가 나오면 일부 빠져나가고, 4월 예비고사를 치를 때까지 꾸준히 나오다가 4월이 가면학교 출석률이 거의 없어진다.
그래도 꾸준하게 나오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배웠고, 함께 했던 시간을 얼마나 기억하고, 수업 첫날의 설렘에 대한 기대를 얼마나 이루었는지, 그리고 또 하나 선생님도 그렇게 Strict하지 않고 부드러운 여자라는 변명도 해야 한다.
그래서 수업 첫날 배웠던 것을 물어 보았다.
공책을 바인더를 뒤적 뒤적거리며 하는 말, 「옛날 거」「Something something 높다 하되」「Don’t give up」「Great Mountain」그래도 어렴풋이 기억은 나는가 보다.
우리 반에 처음 들어 오면 배우는 시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한 달간 외우기에 성공 했었는데도 학기말이 되니 모두 가물 가물거리는 표정이다.
그렇지만「Don’t give up」이라는 대답이 나와서 대단히 만족했다.
제일 싫었던 것과 좋았던 것은 글쓰기라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매 주 공부한 것에 대한 글 쓰기가SAT II 한국어 시험과 무슨 관계이냐고 따지듯, 협박하듯 하더니, 그래도 끝까지 따라 와 준 학생들은 지난 번 북 가주 백일장 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선생님과 공부하면, 시험 잘 볼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말하는 짓궂은 학생도 있었다.
황당했다. 공부는 각자가 해야 하는 것인데 그냥 교실에 들어와 딴 짓 하며 하루 보내고 돌아가고, 숙제가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하기를 거듭하더니 결국 이런 슬픈 말을 들려 준다.
하도 선생님이Strict 해 보여 하라는 대로 했더니 좋은 성적(순전히 본인입장에서) 이 나왔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데 학기 중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언론의 보도였다.
UC에서 SAT II 점수를 받지 않고, 시험도 없어질 것이라는 확인, 확정되지 않은 정보로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 것이다.
조금만 더 한글 공부를 했으면 정말 좋았을 학생들이 SAT I을 위해 학교를 떠나고, 한글 공부할 기회를 놓치게 되었을 때는 언론의 큰 힘을 다시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일 마음 아팠던 일은 무조건 반항(교사 입장에서 보면)하던 학생이 하던 말, 「나는요, 여자들은 다 싫어요. 엄마가 싫으니까 다 싫어요. 살기도 싫어요.」 무슨 뜻이었을까? 말 걸기가 두려워 따뜻한 대화를 한번도 나눠보지 못하고 헤어진 이 학생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그 동안 함께 했던 우리의 예쁘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런 학생들은 이제 대학으로, 아니면 한국 학교는 이제 그만, SAT I 학원을 찾아 제 갈 길로 갈 텐데, 「얘들아~, 그 동안 정말 고마웠다. 어디서든지 열심히! Don’t give up,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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